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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풀어쓰는 다산이야기’가 800회를 맞았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야 언제 100회에 이를 것인가라며 까마득하게 느꼈는데, 어느새 300회, 500회, 700회를 넘더니 800회에 이르고 세월도 10년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빠르기도 하지만 해야 할 이야기도 참 많았나 봅니다. 개인 연구소에서 2004년 사단법인 다산연구소로 출범한 지가 10년이라니, 감회가 크고 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다산연구소는 위대한 사상가이자 경세가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개혁정신과 인간 사랑의 정신, 실사구시의 철학을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승화시켜 보다 밝고 깨끗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자 태동되었습니다.”라고 밝혔던 창립 당시의 선언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그동안 메일링으로 발송된 글에 대해서, 36만 명이 훨씬 넘는 이메일 회원은 물론 퍼 나르는 메일 독자까지 합하여 많은 독자들이 읽어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 동안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독자 제현들에게 먼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특히 ‘풀어쓰는 다산이야기’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머리를 꾸벅 조아립니다. 올해 10주년을 맞아 6월에 기념행사를 갖고자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800회를 맞는 소회의 일단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공직사회의 부정과 비리는 끊일 날이 없고,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보다는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오늘, 공렴(公廉)의 다산 철학으로는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공정하고 청렴한 세상을 위해서 정치판과 세상일에 비판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역사의 발전과 더 나은 세상을 그렇게도 희구하였고,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사회가 이룩되기를 그토록 바랐던 다산의 뜻에 따라, 남북의 첨예한 대립과 지역갈등, 후퇴하는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역사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보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권력 비판적인 글에 대해, 권력층이 하는 일은 모두 옳고 반대의 목소리는 무조건 싫어하는 독자들은 정치적 편향주의라고 매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단코 그런 주장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다산의 공렴사상과 억강부약(抑强扶弱)의 논리는 강자에 저항하면서 약자를 부추겨주어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강자들의 잘못은 질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다산의 애민(愛民) 사상은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사랑하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국가나 사회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사랑하고 돌보라는 뜻이었으니, 그런 약자들을 돕는 정책이 복지정책이며, 그런 정책이 실현되는 사회가 복지사회입니다. 때문에 다산의 애민사상은 경제민주화와 바로 연결됩니다. 불공정한 경제사회를 공정·공평으로 돌리기 위한 ‘손부익빈(損富益貧)’(田論)의 정책이야말로 경제적 정의의 실현이자 경제민주화의 핵심 논리였습니다.
우리가 10년 동안 외쳤던 다산의 공렴사상은 아직도 실현이 요원한 희망일 뿐입니다.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 청렴한 공직사회, 어느 것 하나 큰 성과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공렴의 외침은 조금씩 국민의 마음속으로 젖어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여름만 살다가는 매미처럼 봄과 가을을 모릅니다. 역사의 변동성과 사회의 운동성을 모르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사람들이 봄과 가을을 알 때까지 우리의 글은 계속될 것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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