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시대에서 노동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단지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기 위한 노력행위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일과 생활은 철저하게 분리되었으며 이런 체제 내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자신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노동적 생활의 보장, 즉 노동과 생활의 균형이 절실하다. 그러나 질문이 지적한 것처럼 근대의 노동조직은 그런 균형을 지지해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조직은 단순한 기계적 노동을 극대화시키는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이에 따라 노동의 교환가치가 감소하여 노동자들은 적절한 수준의 생활수준을 영위하기 위하여 자신의 생활을 포기한 채 노동에만 매달릴 것을 사실상 강요 받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무려 2243시간에 달한다. 이는 OECD 평균보다 약 500시간이나 많은 것이며 독일과 같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약 900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최근 평균 노동시간이 감소 추세에 있다고 반박할 수 있으나 그것은 노동시간의 감소에 의한 것이 아니라 파트타임 노동자의 증가로 인한 것이라 보는 것이 옳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막대한 노동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은 이뤄낼 수 없으며 노동시간의 감소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시간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 즉 노동의 교환가치 감소를 고려하지 않은 노동시간 감소책은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여가시간 증대를 위한 노동시간 감소책으로 가장 많이 제시되는 것은 ‘유연한 노동시간’, ‘노동시간 저축제도’, ‘다양한 형태의 휴가’ 정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노동자가 노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을 배제하였기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 상황에서의 노동시간 유연성의 증가는 여가시간의 긍정적인 활용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노동시간이 여가시간으로 확장되는 결말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즉, 여가시간을 자신의 정체성 발현에 쓰기 보다는 노동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른 노력행위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직장인들의 영어학습 열풍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서는 단순히 노동시간을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이 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노동의 교환가치 감소에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경쟁이 심화된 체제에서 교환가치 감소의 원인인 고도로 분화된 노동조직을 급진적으로 개선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노동의 교환가치, 즉 임금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노동시간의 증가는 개인선호의 문제, 가령 가정환경, 소비증가의 문제 등도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이것들은 본질적인 원인이 아닌, 다른 사회적 프레임에 의한 문제로 본질적 해결책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할 대상은 바로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노동자들이 법정 주40시간 노동을 이행했을 경우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이때, 최저임금의 기준은 EU 권고안의 기준을 따라 임노동자 평균 소득의 60% 선, 즉 올해 우리나라의 경우 약 시간당 6500원 선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런 생활임금의 보장은 노동자와 사측 모두에게서 노동시간 감소를 이끌어내는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노동자에게는 적정생활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연장노동에의 동기가 줄어들 것이고, 사측은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가능한 연장노동을 부과하지 않는 쪽으로 경영방침을 수정할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엄청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책적 기반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상 노력 과정에서 그에 필요한 사회적 기반까지 확충할 수 있다는 의의를 갖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성장추구모델을 선호한다. 이번 유성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는 노동자들의 고통보다는 그들의 쟁의로 인해 붉어질 경제적 피해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런 사회적 인식 하에서 노동시간의 축소와 여가시간의 긍정적 활용은 결코 이뤄낼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 노력 과정은 필연적으로 인간성의 회복을 호소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성장추구모델에서 행복추구모델로 바뀌어 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이미 그 희망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지난 홍익대 청소노동자 투쟁에서 우리는 값진 경험과 값진 결과를 얻어냈다. 그 동안 최저임금이 곧 최대임금이던 청소노동자 사회에서 홍익대 청소노동자는 노학연대, 그리고 대중의 힘을 바탕으로 그 벽을 깨부수어 냈다. 그들의 성과는 곧바로 고려대와 이화여대, 연세대로 이어졌으며 지금도 여러 대학에 퍼져나가고 있다. 물론 그들 사업장의 변화가 모든 노동조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인간성에 호소하는 최저임금 투쟁이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비정규직 사업장에 속한 노동자들이 사실상 최저임금에 고정된 임금을 받으며 장기노동에 혹사당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또 가까운 곳에서 최저임금 투쟁이 벌어진다면 대중도 인간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인간다운 생활 수준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일어서서 자신의 권리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학생과 이미 조직된 노조, 정치집단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해주어야 한다.
우리의 생활공간에서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최저임금 투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그것이 번지고, 또 그것이 성공할 때 우리는 점진적으로 성장이라는 맹목적 굴레를 벗어 던지고 행복이라는 참된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장이라는 구호 아래 자신의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 즉 자신의 삶을 이해하게 될 때, 우리는 성장추구모델을 폐기하고 행복추구모델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런 사회적 전환은 우리가 성장과 노동에 의한 암묵적 억압에서 벗어나 생활임금 보장의 보호막 아래 일과 구분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주어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현실화 시켜줄 것이다.
십년 전만하더라고 한국사회에서는 남자는 일 여자는 가정이라는 의식이 만연했다. 지금도 이러한 의식은 뿌리깊이 박혀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식이 한국 사회에 있어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노동과 가사,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분배할 수 있을까?
노동은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노동을 통해 자기 실현과 발전을 경험한다. 그리고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그 소득으로써 사람은 살아간다. 노동의 중요성은 단순히 남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노동은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현대까지도 가사 외적인 노동은 남성에게만 강요되어진다. 반면 가사노동은 여성에게 강요되어진다. 이러한 점은 남성에게 가사노동에서 멀어지고 여성에게 가사 외적인 노동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이러한 구분은 균형잡히지 못한 결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성은 가사 외적인 노동 예를 들어 직장에서 이러한 점 때문에 차별을 당한다. 뿐만 아니라 남성은 가사 외적인 노동에 붙잡혀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가족과 많은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이것은 가족 내에 대화의 단절 및 괴리감 형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점은 부적절한 가정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과도한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대한민국 평균 근무시간은 2400시간이 넘는다. OECD평균이 2000시간이 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또한 잦은 야근도 문제다. 아침 칼 출근은 칼 퇴근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아침 일찍 출근해도 밤늦게까지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직장의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일 – 가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가정에 할애하는 시간을 늘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지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남녀 모두 가정에 할애할 시간을 늘일 필요가 있다. 이것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를 생각해 보았다.
<일주일 근무시간 고정제>
일주일 근무시간 45시간(일주일간 휴일이 없을 경우, 휴일이 있을 경우 근무일 * 9시간)
하루에 적어도 6시간근무
하루 12시간이상 근무 제한, 12시간 이상 근무 시 해당 기업에 대한 패널티 적용
추가근로수당 적음
옵션 )출퇴근 자율,
생각한 제도는 일주일 근무시간 고정제로 위와 같다. 이 제도하에서는 일주일에 근무시간을 정해놓는다. 처음에는 하루에 9시간씩 45시간 근무로 정했으나 이는 차후 더 줄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보다 자유로운 근무조건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 경우 출퇴근시간이 고정되어야하는 직종(예를 들어 은행)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없으므로 선택적인 요소로 분류해둔다. 하루 근무시간을 자신이 조정할 수 있으므로 보다 더 융통성 있게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근무시간을 고정화 함으로써 가정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증대시킬 수 있다. 또한 이 경우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 정규직을 고용함으로써 저비용으로 생산성을 늘일 수 있다. 그러므로 비 정규직 고용문제의 경우 동일시간 동일임금(정규직과 같은 임금 주도록)제를 실시해 기업에서 마음껏 비 정규직을 대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 현재 사회에서는 남성은 노동, 여성은 가사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은 셀 수 없이 많겠지만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려고 합니다.
1.출산 문제.
첫째로, 출산 문제입니다. 남녀의 차이 혹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출산은 여성만이 하게끔 되어 있고, 이로 인해 여성은 결혼 후에 어쩔 수 없이 출산휴가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랜 기간 일해오던 실무자가 휴직을 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타격일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여성을 채용하거나 승진시킴에 있어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한창 일에 집중할 시기인 20대 중후반~ 30대 초중반의 시기에 출산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을 쉬게 되는 여성직원의 능력은 같은 나이대의 남성직원의 능력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출산과 함께 일을 그만두는 여성의 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이런 문제가 아주 단순하게는 출산에 직면해 있는 여성들이 직업전선을 떠나는 문제일 뿐이지만, 사실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직 미혼이거나, 기혼이더라도 출산에 아직 관계가 없는 여성직원들에게 ‘어차피 결혼하고 애 낳으면 직장을 그만 둘 건데...’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고, 이로 인해 여성들은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직업을 자신의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남성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직업을 그만두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고 이로 인해 자신의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여기며 충성을 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결국 일을 하는 남녀의 태도의 차이로 나타나게 되고, 이러한 결과로 남성보다 여성이 능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더욱 퍼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직업을 가지지 않는 여성은 물론, 직업을 가진 여성들 역시 자신의 일보다 가사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고, 남성은 자연스레 가사보다 노동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여성의 출산으로 인해 생기는 피해를 기업이 아닌 사회가 100% 책임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출산으로 인해 휴가를 가는 경우에 기업이 여성에게 지급해야 하는 일정의 수당을 기업이 아닌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나라의 법으로는 90일까지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그 기간에 대한 급여는 60일분은 회사가, 30일분은 국가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를 90일분 전체를 국가가 책임하도록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실무자의 휴가로 인해 생기는 기업의 손실을 없애기 위해서, 출산휴가를 쓰는 여성직원이 생긴 기업에 대해 보조금 지급, 다른 형식의 특혜 제공, 대체 인력의 무상 공급 등의 지원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출산휴가의 공백으로 인한 여성의 능력저하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남성에 대한 출산휴가 역시 시행되어야 합니다. 즉, 여성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어 출산휴가를 사용한 경우 그 배우자 역시 의무적으로 휴가를 같이 사용해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육아휴가 또한 여성이 사용한 경우 그 기간 동안, 혹은 같은 시기가 아니더라도 같은 기간동안의 육아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만 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로 인해, 출산으로 인한 능력 저하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회사원의 문제가 되게 되므로, 기업이 이 문제에 접근할 때 여성의 채용을 꺼리는 것이 아닌, 능력저하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마련의 방법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업무의 부담감.
- 우리 나라의 사회에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업무 부담감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근무시간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업무부담감 문제는 공식적인 근무시간보다 비공식적인 근무시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동자에게서 ‘점심시간도 근무의 연속이다.’ , ‘술집에서 술 먹는 것도 근무의 일종이다.’ 등의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근무시간과 휴식시간이 철저히 구분되어 있는 외국과 확연히 다른 이 문제가, 노동자로 하여금 업무에 대한 과중한 부담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 개선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근무시간 외의 행동 또한 승진에 필요한 고과에 산정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게는 고과산정의 기준을 능력위주로, 또 근무시간 내의 일만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크게는 고과산정이 아닌, 더 객관적으로 능력을 평가하여 반영할 수 있는 기준으로의 대체가 필요합니다.
둘째로, 기업간의 거래에 있어서 ‘공정하고 깨끗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의 기업간의 거래나 계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담당자’의 결정이고, 그 때문에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담당자’와의 술자리, 로비 등이 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술자리가 과도하게 생기고, ‘술자리를 가지는 것도 일이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이상한 풍습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부담감에 있어서, 밤에 가지는 술자리의 영향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문제만 개선되더라도, 업무 부담감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인식 개선.
- 현재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입니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 성역할에 대한 인식 개선은 어느 정도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다수의 사람들이 고전적인 성역할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장년층 이상의 세대에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중장년층이 가정에서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쉬운 사례로, 어떤 가정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것에 긍정적인 시각일지라도, 가장 큰 어른인 시부모가 여성의 사회생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일 경우, 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세대들의 인식 개선은, 다수의 인식 개선이라는 점 이외의 문제로 인식하고,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에게는 노동이 강요되고 여성에게는 가사가 강요되는 것은 사회적인 구조의 문제에 의한 것이다. 여성은 출산을 하기 때문에 그에 수반되어 육아 역시 당연한 그들의 일로 여기는 사회의 통념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성들은 가장으로써 돈을 벌고, 여성들은 출산 및 육아를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육아를 위한 돈이 증가하고, 고학력 여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회는 여성들이 가사를 하기를 원하며, 남성들은 노동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통념 하에서 여성들에게 일-생활 균형이란 매우 먼 것으로 느껴지며, 남성들 역시 일-생활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통념을 없애는 것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는 지금 교육을 한다고 해도 없앨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므로, 단기간에 좋은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통념을 없애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므로, 교육 외의 다른 방법을 통해서 이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내가 제안하는 것은 남자들에게 육아 휴가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들에게 육아휴가를 주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여성들의 육아 휴가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남성들의 경우,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의 비중이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을 할애하는 비율이 높은 여성들이 전적으로 육아에 매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그들의 생각이 여성들의 일-생활 불균형을 만드는 것이다. 남성들에게 기존에 여성들에게 주어졌던 육아 휴가를 주고, 그 기간 동안 육아를 하도록 한다면 그들도 육아의 기쁨을 알게 되어서 육아 휴가 이후로도 계속 육아에 있어서 일정 시간을 할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육아 휴가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육아가 여성에게만 주어진 의무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여성들이 육아로 인해서 일을 그만두거나 일의 효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은 일이 여성들 시간의 많은 부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기가 힘들고 그 결과 그 둘 중 하나를 포기하게 된다. 그런 현상을 없애기 위해서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업무시간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여성들에게만 업무시간에 대한 강제를 둔다면, 기업에서는 당연히 여성보다는 남성을 입사시키려는 경향이 강해질것이고 이는 여성이 직업세계에 나갈 수 있는 문을 좁히는 일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남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성의 직종은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일터에 있으며, 직업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에 종사하는 시간이 짧다는 것이 그 직업을 선호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길어진 자유시간을 육아나 출산에 할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터에서 할애하는 시간이 짧은 것은 항상 여성이 되어야만 하는가? 남성에게도 짧은 시간 동안 일터에 있도록 한다면 남은 시간 동안 집에서 육아에 시간을 할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 모두 일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시행되기 힘든 이유는, 기업에서 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윤을 남기기 위한 기업들은 대부분 회사에 있는 시간을 길게 하려고 한다. 특히 S 전자 같은 대기업의 경우 매우 이른 시간에 출근을 해서 거의 새벽이 다되어야 퇴근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그 직업에 종사하기가 힘들고, 출산이나 육아에 있어서도 엄청난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만약 정부에서 정책을 통해 노동시간을 줄인다면, 많은 기업들이 반대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의 노동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방안은 하루 동안 처리해야 할 업무의 양을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그 업무가 과해서는 안되지만 말이다. 이렇게 업무를 제시해서 그들이 그 일을 마쳤을 경우, 성과금을 주는 것이다. 그 일을 마치지 못하면 그 일은 다음날로 미루어지고 성과금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그 전날 일과 합해서 처리 할 수 있을 정도의 과제를 다시 주는 것이다. 물론 회사에 있는 시간이 짧으니까 기본적인 임금은 조금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를 보상받기 위해서 성과금을 받으려고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할 것이고 그러면 효율은 옛날과 비슷할 것이다. 이렇게 노동시간을 줄인다면, 여성과 남성 모두 일 외의 다른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비중이 높아질 것이고 이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결혼을 앞둔 여성들이 직장과 가사활동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은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예전에는 대부분 직장을 그만두고 현모양처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여성들이 등장했다면, 갈수록 직장생활을 그만두어야 한다면 오히려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당당한 여걸 주인공들이 증가하고 있다. 호텔 사장이나 의사, 아나운서와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결혼한 여성 주인공들은 주부 시청자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이처럼 알파걸 신드롬과 슈퍼맘 신드롬 등 우리 사회의 여권 신장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말만 무성한 화젯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특히 지난 24일 김준규 검찰 총장의 성차별적 발언은 아직까지 실제 남성 중심적 노동시장에서 불평등한 입지를 가지는 여성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과연 행복을 추구하는 여성 검사가 자식이 아프면 집에 가는 것이 사회적 인정을 추구하는 남성 검사들보다 일을 하기 싫어하기 때문일까? 사랑하는 자식이 아픈데도 그들을 돌보는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남성 검사들이 집에 가지 않기 때문이다. 김준규 검찰 총장이 어린 시절 아팠을 때 누가 그를 보살펴주었길래 현재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사실 여성들의 노동 생산력은 육아와 같은 특수한 가사노동 의무를 제외하고도 남성들보다 뒤쳐진다고 보통 여겨진다. 그러나 그것은 남녀간의 절대적인 능력차이가 아니라 남성 중심적으로 조성된 노동 환경 때문이다. 실제로 성공한 여성들은 대게 남성스러운데, 남성적인 방법을 취하지 않는 이상 현재 시스템에서 성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 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들 사이에 우스개 소리로 이런 말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는 세 가지 성이 있다 - 남자, 여자, 그리고 제 3의 성인 ‘과고 여자’. 일반고 여자들과 달리 그녀들은 억척스럽고, 무뚝뚝한 등 매우 남성화된 이미지를 가진다.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우리들의 여성성이 무시되는 듯해 살짝 기분이 나빴다 심지어 나의 아버지도 우리 자매에게 요즘 세상에서 여성적인 매력으로 승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니까 일찍이 그쪽으로는 관심을 접고 대신 열심히 공부하라고 항상 말씀하시곤 했다. 과연 항상 남자들과 경쟁해야 했던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대로 온 나는 정말 남성성이 강한 여성이 되었다. 나는 항상 궁금했는데, 수다스럽지만 정 많고, 유연한 사고를 지니는 여성들의 특징이 사회적 성공의 지표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이 주로 담당해온 가사활동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사활동을 주 노동을 방해하는 불가피한 부수적인 활동이기보다 그것과 대등한 노동으로 바라보아야 하며, 그만큼 가사일을 하는 데에 남녀를 구별 없이 동등하게 일정 양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것은 주 근로시간을 줄임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수입을 감소시켜 양육이나 가사활동을 더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적게 일하고 적게 쓰며,’ 대신 ‘더 많이 만들어내고 더 많이 교류하자’는 한 사회학자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줄리엣 B. 쇼어는 그의 저서 <제3의 경제학: 세상을 바꾸는 착한 경제 생활>에서 현재와 같은 무한 성장 패러다임에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삶도, 행복도, 성공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다각화를 추구하는데, 이것은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위험을 분산시키고, 새로운 방식으로 소모품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한 한가지 방법으로 근로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여유를 확보하고, 그 시간을 생태계 복구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의 탐색 및 식량의 자체 조달에 투자하자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일하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야 할 물건이 줄어들면서 그만큼 돈을 덜 벌어도 되므로 오히려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연간 1800시간을 일하는 미국인들(2006년 기준)을 ‘일 벌레’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쓴 것으로, 무려 연간 2400시간을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2008년 기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노동과 가사의 균형 점을 찾기 위해서도 근로 시간의 단축은 중요하다. 여유 시간이 확보되고 행복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 현재의 노동만큼이나 그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가사일은 현재처럼 짐이 아니라 남녀 모두의 의무이자 ‘권리’로 전환될 것이다. 자신의 성장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만큼 행복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이러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된다면, 아버지들은 야근 수당으로 아들에게 비싼 옷을 사주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대화를 나누면서 더 큰 가치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자식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은 궁극적으로 아버지의 역할이 자의적으로나 타의적으로나 가정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게 만들면서 남성들이 가사 활동의 가치를 깨닫고 그에 준하는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한국의 근로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회사와 일’을 가장 최우선으로 여기고 장시간의 야근과 초과근무를 묵묵히 수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약 10여 년 간 한국 근로자들의 가치관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삼성경제연구소가 꾸준히 수행해왔던 연구자료에 의하면 ‘직장생활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급여 수준, 고용 안정성, 승진 등을 제치고 ‘일과 삶의 균형’이 1위를 차지해 왔다. 또한 홍콩의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한국 KAIST 경영대학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2010 서울, 일과 삶의 균형’ 이라는 설문조사에서 서울의 근로자 78.3%가 일과 삶의 불균형으로 갖가지 문제에 직면했던 경험이 있다 라고 응답하였고, 3명당 1명 꼴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직을 고려 할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 지난 한국의 근로 형태와 기업 문화를 생각해보면 놀랄 만한 발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에 와서, 한국 사회는 근로자와 경영진 모두가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WLB(Work-Life Balance)’라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미 이러한 생각을 정책으로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국내 기업은 유한킴벌리, 삼성 같은 대기업이 이미 시행을 하고 있고, 외국계 기업으로는 구글, 픽사 등의 회사들이 이러한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WLB’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일과 생활을 모두 잘 해내고 있다고 느끼는 상태로 정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상태를 말한다. 과거에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개인의 가정이나 여가에 비해 일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웠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회사의 구성원들이 가족이나 개인적인 삶의 문제를 직장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즉 이러한 문제들이 조직의 분위기를 흐리고 생산성의 악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근로자들의 생각에 대한 경영진의 입장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오랜 기간 동안 회사와 일을 우선시하던 근로자들이 앞서의 설문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일 못지 않게 자신들의 여가와 개인적인 생활을 중요시한다. 조직 내에서의 성공보다 가정 내에서의 성공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고 직장을 옮기는 사람들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결국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은 급여, 승진 등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더욱 더 훌륭한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고, 경영진들은 이 사실을 반드시 인지해야만 한다. 따라서 보다 성공적인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경영진들의 노력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이 제대로 관리된다면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음은 당연하고 더 나아가서는 기업들의 경쟁우위 확보까지도 가능하다. 근로자들은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점차 증대되어 가고 있고, 단순한 일 중심의 노동윤리에서 개인생활과 일에 대한 만족도 중심으로 노동윤리가 변화되어 가고 있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은 한국 사회에서 노인인구를 얼마나 생산활동에 있어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에 대한 관심의 증가 역시 일과 삶 사이의 균형에 대한 당위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측 입장에서는 회사의 구성원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여 준다면, 구성원들은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생산성의 향상을 이끌어 낼 것이다. 이에 더하여 기업이미지에 대한 긍정적 제고와 함께 능력 있는 인재들의 유치가 더욱 쉬워질 것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여러 효과들을 통해 기업은 궁극적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 사이클을 쉽게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업들은 아직까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구성원들 사이의 수직적, 경쟁적 관계와 일본의 영향을 받은 남성 중심의 군대식 위계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구시대적 유물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존의 노동조직에는 몇 가지 변화가 요구된다. 먼저 기업의 입장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은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인재를 정의하고 채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의 특성 및 문화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그 기업의 핵심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에서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동시에 생활의 만족도도 높아져 전체 만족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이유에서 경영진은 자사에 적합한 사람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부합하는 인적자원을 선별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한 가지의 예시로 포춘(Fortune)지에서 선정한 일하기 좋은 기업 1위에 선정되었던 제넨텍(Genentech) 의 경우 그들 회사의 성격상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 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해야만 한다. 따라서 그들은 지원자들을 5회 이상 방문하고, 20여 회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그들 기업의 가치에 부합하는 인재들을 채용하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조건을 갖추었다면, 다음은 구성원들이 일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구성원들이 보다 많은 정신적 보상을 얻는다면 이는 바로 생활의 질 향상과도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동기부여와 업무를 통한 자기계발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분화되고 도전적인 업무의 부여 보다는 가능한 한 전체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구성원들이 근무시간에는 보다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복리후생제도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근무자들이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즐겁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예인 구글(Google)의 경우 경영자들이 구성원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일을 수행하는지를 알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구성원들에게 더욱 많은 연봉이나 스톡옵션을 주는 것 보다 그들의 경력 개발을 돕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수 인재를 육성하고 확보하는 데 더욱 바람직하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의 크리에이티브를 위해 근무 5일 중 하루를 자신이 선택한 프로젝트를 위해 시간을 쏟는 것을 자유롭게 장려하고 있고, 근무 외의 세차, 저녁 예약 등의 소소한 잡일들을 회사가 대신 처리해줌으로써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구성원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을 존중하고 신뢰해야만 한다. 한국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경영시스템이 무차별적으로 도입되면서 전통적 한국 기업 문화가 사라지고 조직 내부에 갈등과 불신이 자리잡게 되었다. 또한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성과 중심의 기업문화로 인해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신뢰와 결속력의 문화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현재의 기업문화는 전적으로 잘못되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일, 노력 등을 존중 받기를 원한다. 경영진에서 구성원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신뢰한다면 구성원들은 창의력을 발휘하여 더욱 열심히 일을 할 것이다. 구성원들의 사생활의 영역에 있어 기업이 깊숙하게 개입하기는 쉽지 않고, 또한 바람직한 현상도 아니다. 따라서 구성원 개인들의 업무 외 상황을 받아들이고 존중해주며, 그들의 고민을 여과 없이 들을 수 있는 하나의 창을 개설하는 것이 그들을 신뢰하고 전체적인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win-win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한국 기업들에서는 업무시간이 지났고, 처리해야 할 시급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퇴근하지 못하고 회사에 남아있는 직원들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왕왕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상사가 퇴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사가 부하직원들의 인사고과에 이러한 업무 외적인 행동들을 음으로 양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능한 한 빠르게 없어져야만 한다.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중견 관리자들은 자신의 부하직원들을 투입 중심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밖으로 도출되는 성과 중심으로 관리해야만 한다. 구성원들이 결과를 위해 쏟아 붓는 시간과 노력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관리자들 자신이 신경 써야 하는 일의 양 역시 증가하게 되고, 자신의 부하직원들의 역량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곧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헌신을 떨어트리게 되고, 근무 의욕 역시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관리자들이 이러한 관점에서 탈피해야만 구성원들이 목표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동기부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그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유연하고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일과 생활의 균형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에 대응하여 조직의 구성원들 역시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조직이 구성원들을 배려하고 존중하여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 만큼, 구성원들은 조직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한다.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평등한 성(性)역할의 분배에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고, 노사갈등의 완화를 위해 우호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현재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제도들은 여성들을 위한 제도들-임신, 출산 및 육아에 관한 지원, 생리휴가 등-이 많다. 이러한 제도들에 대해 남성 근로자들은 여성 근로자들과의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가족이라는 관점에서 노사관계 이외에도 구성원들 사이에서 win-win 할 수 있는 긍정적 사내문화를 구축해 나아가야 한다.
결국 회사의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제도들은 실패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회사가 제공하는 제도적 지원은 회사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손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러한 손해를 감수하고 기업의 입장에서 제공하는 여러 제도와 혜택들에 대해 구성원들은 재무적 이익으로 나타나는 성과를 달성하고 생산성의 제고에 있어서 반드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삶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허락해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과 가정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강요 받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근대 노동 조직의 형태이다. 근대 노동 조직, 특히 한국 조직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기에
또한 남성에게도 이러한 육아 휴직이 주어져야 한다. 글의 초반부에 언급했듯이 가정에 있어서 소외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심한 경우가 많다. 여성에게 모성애가 있는 것처럼 남성에게도 부성애가 있고 육아를 할 권리 또한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출산 휴가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진행되면 임금 지원 문제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일의 효율성을 위해 소위 리프레쉬(refresh) 휴가라고 불리는 휴가도 주어질 필요가 있다. 앞에서 말했듯 한국인들은 노동시간은 많은 반면 노동생산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오히려 휴가를 줘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재정비를 할 시간을 부여하여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키는데 주안점을 주어야 할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국에서의 일과 가정의 불균형에 대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지나친 노동시간과 미비한 정부 지원이 있다. 따라서 우선 노동 시간을 늘이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노동 생산성을 늘여 노동 시간을 줄이고 그 성과는 더욱 많게 하면서 일 외에 가정이나 여가에 사용할 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보다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근로시간 기준으로 OECD국가 중 연당 최장 근로시간을 갖춘 나라이다. 이 순위는 2010년까지 14년동안 지속되었는데, OECD를 가입한 1995년 이후 단 한번도 바뀌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근로시간에 비해 떨어지는데, 2007년기준으로 한국의 노동시간이 미국대비 1.5배이지만 생산성은 68%에 불과한 것이 그 단편적인 예이다. 실제로 국제비교에서 평균 노동시간이 길어질 수록 그 나라의 생산성은 떨어지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생산성이 낮아지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인가? 한국인들은 생활보다 일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인가?
실제로 한국인들 또한 생활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 90년대 IMF이후 많은 실직자들과 함께 평생 직장, 집같은 회사라는 개념들은 사라지고 성과위주의 인사제도가 도입되면서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은 분리되면서 가정생활을 지키기 위한 욕구가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2006년 한국리서치 ‘근로자 의식조사’에 의하면 “직장 때문에 가정생활이 방해를 받는다”라는 응답이 334.8%로 1위를 차지하였다. 이유는 ‘직장일로 인한 스트레스(68.4%)’와 ‘과다한 업무량(52.1%)’가 각각 1,2위를 차지하였다. ‘직장’이 돈을 벌기위한 스트레스 요인이자 가정 및 다른 생활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균형점을 찾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첫째로 적절한 성과측정 방법의 도입이 있을 수 있겠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야근을 할 수록 주말 특근을 할 수록 회사에 충성심이 높은 사람으로 인식되며, 이러한 행동들이 ‘선’으로 여겨져 실제 승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직장인들이 근무시간에는 태만하게 일을 하게되는 Moral Hazard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생산성 하락과 기업의 비용 증가를 불러일으키는 등 모두에게 해가 되는 방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근무시간(짧을 수록 +요인)과 일의 기여도를 모두 고려하여 효과적인 성과측정 도입으로 ‘근무시간 중에 주어진 일을 끝마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측정만을 하게되면 오히려 기업에서 이를 악용할 수 있을 뿐더러(할당하는 일의 양을 대폭 증가), 직장에서의 근무시간을 일부러 줄임으로써 직장과 가정의 경계선이 모호해져서 오히려 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둘째로는 ‘소멸식 휴가제도’를 들 수 있겠다. 많은 직장인들이 휴가를 저축함으로써 돈으로 보상을 받는다. 만약 일-생활 균형이라는 명목하에 휴가/공휴일의 일 수를 늘려버린다면 휴가를 포기하고 생산성은 늘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건비 비중만 향상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휴가사용에 대한 강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로는 노동자의 의사에 따른 flexible working time제도가 있다. 치열한 커리어 전쟁보다 생활이 중요할 경우 자신의 영역을 적게 가져가면서 part-time으로 일하거나 nine-to-five에서 벗어나서 본인의 life-cycle에 맞춘 근로시간을 정함으로써 자신이 일과 생활을 조정할 수 있는 control권을 지니는 것이다.
하지만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기업이 생활의 질적 향상을 높여준다는 명목하에 생활영역을 직장으로 끌고 들어와서는 안된다. 예를들어, ‘가족과 함께하는 체육대회’의 경우, 쉴 수 있는 날마저도 직장에서 해야하는 업무로 생각될 수 있다. 회사 구성원들과 상호작용이 있는 활동을 할 경우, 업무 외 적인 업무(상사와의 관계 향상 등)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일-생활 균형을 위한 대책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포인트를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로는 노동자가 균형점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생활의 질적향상 지원을 통해서 arbitrage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균형을 위한 행동이 모두에게 공정한 기준이 있음으로써 보상에 있어서건, 직장생활에 있어서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근대의 노동조직에서 노동자가 일과 가사 둘 중 하나만 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것이 바람직한 삶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사회 전체의 공리를 저하시키며, 고쳐져야 하며 고쳐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 역시 사실이다. 어떠한 문제점을 고치는데 가장 먼저 파고들어야 할 부분이 그 문제에 대한 원인이다. 원인에 대한 논의를 할 때, 극단적인 경우 이 결과가 오로지 사회에 녹아 있는 남녀 일 분담에 대한 편향적 통념이 만들어진 결과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위의 주장도 사실이며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둘 모두를 하려고 시도할 때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를 붙여봤자,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아무리 사회적 공헌을 많이 하는 기업이라 해도 해당 기업의 우선순위는 이윤이며 공헌은 그 다음이다. 정부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기관에서 이윤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다른 의미에서의 생산성이 중요하다. 인간이 노동과 가사 중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강요 받지 않고 일과 생활이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해서는 노동 조직에서 남성과 여성이 육체적 차이를 뛰어 넘어 직장에서 같은 대우를 받고, 같은 기준으로 처리되고, 같은 기회를 얻게 시스템과 사고 전체가 바뀔 필요가 있다. 글의 분량이 너무 길어질 수 없으니, 하나의 안에 대해서만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출산휴가와 육아휴가에 동등한 휴가기간과 봉급 형태를 남성에게도 부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는 권리 수준을 넘어 의무화가 필요하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출산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 근로자가 71%이며 직장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출산시기와 자녀 수를 조정하는 여성 근로자는 40%라고 한다. 여성 근로자들은 출산과 양육 때문에 노동활동에 큰 제약을 받아왔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여성 근로자 29% 역시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둘 모두 확실히 소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쉬는 동안 경력이 단절되어 업무에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여기서 여성이 육아와 노동을 병행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왜 남성에게는 생기지 않는 걸까? 출산 후는 육체적인 차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니 어쩔 수 없다지만, 육아는? 이는 육아가 여성에게 부과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사회의 통념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러한 통념이 건강하지 못한 사회구조를 낳는 그릇된 것이라고 해도 통념이라는 것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성을 잠시 동안이라도 업무에 전념하게 하는 정책을 펼 수는 있다. 만일 출산휴가와 육아휴가와 동등한 수준의 휴가기관과 봉급 형태를 남성에게도 부여한다면 그 기간 동안 남성들이 육아를 맡게 될 것이며 여성들의 업무복귀 속도는 더 빨리 질 것이다. 휴가를 권리수준이 아닌 의무로 해야 하는 이유는 직장 내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휴가를 내지 않는 남성의 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한나라당의 김성식 의원이 낸 법안과도 맥을 같이 한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산전후휴가를 마친 배우가 있는 남성근로자에게 30일간 유급의 영아 육아휴가 제공을 의무화한다. 이때 조건은 배우자의 산전후휴가직후 1년 이내여야만 하며 영아 육아휴가에 따른 차별을 금지해야 하고 고용보험의 영아육아휴가 급여지급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스웨덴에서는 남성에게 60일간의 휴가가 의무화되어 있고, EU도 같은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출산과 육아에 관한 문제만 해결해도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직장의 종류가 어떻든 직장 내에 성별에 따른 남녀차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남녀차별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통념들과 이미 구축되어온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만들어온 하나의 결과물인 이상 이것을 깨고 새로운 사회구조를 이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나는 자유상태에서 다수의 인간이 만들어내는 균형이 만들어내는 조화를 믿는다. 하지만 가끔은 인간들의 비이성과 편향 그리고 기타 그릇된 관념들이 균형으로 가는 과정에서 큰 진폭을 야기한다는 것도 믿는다. 정부와 같은 외부의 절대적 권력의 개입이 올바른 의도로 쓰여진다면 사회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Fortune이 선정하고, CNN Money.com이 보도한,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1위인 ‘SAS’가 바로 주의 깊게 보게 될 회사이다. 13년쨰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꼽히고 있으며, 직원 이직률은 2%미만이라고 한다. 또한 회사내의 여직원 비율은 45%로써, SW 관련 기업임을 감안 하지 않더라도 높은 여직원 비율을 나타낸다. 허나, 회사의 직원은 4000명인데에 반해, 매출은 2조 5천억 정도인, 그리 큰 매출을 올리는 회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이곳에 남으려고 하는 것일까. 답은 다음과 같다. 66,000m²의 피트니스 시설에, 세차와 미용서비스 제공은 물론이고 의사 4명과 간호사 10명이 상주하는 무료 사내 의료센터가 존재한다. 또한 무제한 질병휴가가 존재하며, 각자에게 개인 사무실이 주어진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회사 내부에 ‘프리스쿨’이라는 유아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미취학 아동들이 다니게 되는 이 프리스쿨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되며, 직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출근하고, 함께 퇴근할 수 있다. 프리스쿨 이용료는 단 410달러면 가능하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은 전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중고생 자녀를 둔 직원들을 위해 진학 상담소도 존재하며, 신생아 출산 세미나, 노인 가족 돌보기 세미나 등을 개최하여 직원들의 평소 고민거리를 해결하고자 한다. 가장 근로자들이 환호하는 사항은 바로 ‘근무시간’인데 일주일에 35시간 이상을 근무하지 못하게 한다. 야근을 하는 대신 맑은 정신력으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 낫다는 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가정이 편안해야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그의 철학 하나로 이 모든 복지가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궁극적으로, 일-생활이 균형잡힌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로 된다. 위 회사의 사례에서 우리는, 가정을 우선으로 하는 회사 경영 철학을 볼 수 있었다. 직원이 입양이나, 출산 관련 휴가를 원한다면 회사는 그들이 원하는 기간만큼 유급휴가를 부여한다. 이는 여성만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남성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여성인력과 남성인력이 동등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으며, 육아에 있어서도 여성 남성 모두를 동등하게 생각하므로, 궁극적으로 가사노동 때문에 여성 직원을 뽑지 않는 다는 것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육아의 일부를 회사가 분담하게 됨으로써, 근로자들은 육아에 대한 걱정 없이 근무를 하게 되어, 근무 효율이 높아지게 되고, 이는 결국 회사 이익 창출로 이어지게 되므로,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만 되는 사항이라고는 할 수 없다.
즉, 의견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애초에 여성과 남성에 대한 편견이 없기 때문에 이 모든 복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첫번째 우리가 주목할 점이다. 만약 여성이 가사노동에 능하므로, 가사 노동에 관해서는 여성이 책임을 가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었더라면, 이 회사는 출산, 육아에 대한 휴가를 여성에게 우선적으로 발급하였을 것이고, 이는 여성 근로자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고, 남성 근로자 입장에서는 차별적이라 느껴지는 부당한 의사이며, 회사 입장에서는 여성 근로자를 남성보다 꺼리게 되는 사유가 될 것이다. 출산, 육아, 가사노동에 대해 남성과 여성, 둘 다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남성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의 비율이 1:1에 가깝도록 만든 주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두번째로, 출산, 육아가 비단 가정 내부만의 책임으로 몰아간 것이 아니라, 이 역할을 회사가 같이 지게 됨으로써, 배우자 둘 중 한명은 가사 노동에 더욱 치우쳐야 하는 상황을 없애고, 배우자 둘 다 노동에 전념 하면서도 육아가 가능하게 되었다. 프리스쿨이 가장 좋은 예로써, 이 제도는 미취학 아동을 보통 보육원에 맡겼을 때 발생하게 되는 막대한 비용과, 만약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 하였을 때에 근로자들이 하던 업무를 내려 놓고 아이를 보러 가야 하는 리스크를 없앴다. 만약 프리스쿨 제도가 없었더라면 앞 서 이야기한 두 사항에 대해 배우자 둘 중 한명은, 혹은 두명 다 그 책임을 지었어야 할 것이고,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선 여성에게 그 책임이 치우쳐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회사의 출산, 육아 책임 분담은 여성 근로자에 대한 배려이며, 나아가 근로자 가정 모두에 대한 배려이다.
마지막으로, 복지 제도의 확립으로 인해 위 같은 모든 일들이 가능해 졌다는 것이 이 사례에서 주는 교훈이다. 아무리 여성 근로자와 남성 근로자를 동등하게 대우한다 하더라도, 출산, 육아를 회사가 분담한다고 하더라도 복지 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유토피아적 생각에 불과하였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매주 35시간만 근무하는 회칙이 육아, 가사노동에 대한 근로자들의 부담을 굉장히 줄였을 뿐만 아니라, 남성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 역시 사라지게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 실태를 보면, 남성 근로자의 야근은 매우 잦은 편이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매우 당연시 되고 있다. 이 구조 때문에, 가사 노동은 여성 근로자가 맡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풍토가 생겨나게 되었고, 두 배우자 모두 맞벌이를 하더라도, 가사 노동은 오롯이 여성 근로자의 몫이 된 것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 같은 시간 동안만, 가사 노동을 할 수 있을 시간 정도로 근무를 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여성만의 몫이었던 가사노동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것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또한 차별적인 복지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여성 구분 없이 모두에게 부여하는 제도 역시 남성 근로자, 여성 근로자의 차이를 없앨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 근로자의 능력 때문에 남성 근로자의 고용 비율이 높은 것이라는 의견에 있어서 이 회사의 고용 비율이 반박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SW 회사인 SAS 로써,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여성 근로자 비율이 낮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회사의 고용비율은 1:1에 가깝다. 그들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어떻게 반박할 것인가?
지난 5월 24일, 김준규 검찰총장이 서울대 강연에서 “남자검사는 집안일을 포기하고 일을 하지만 여자검사는 애가 아프면 집에 간다.” 라는 발언을 해서 사회의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이 떠들썩할 정도로 이 발언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은 김준규 검찰총장에 의해서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1년 전에 네이트를 뜨겁게 달궜던 글에서는, 글쓴이가 스스로를 여성 CEO라고 밝히며, 자신도 여성 직장인이지만, 여성 직원을 뽑고 싶지 않다고 하며 여성 직원의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던 적이 있다. 그 글과 이번 김준규 검찰총장의 발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여성들의 고정 관념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사회가 변화하여, 여성이 직업 사회에 많이 진출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인식은 성장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사회가 원하는 것을 여성이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 직원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직업 사회에서의 성평등을 실현시키려면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여성들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이를 통해서 사회와 여성집단 모두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노동 조직에의 변화를 통해 여성들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서, 문제 그 자체에 대해서 보다 심도 깊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즉, 여성들의 어떤 특성이 직업사회에서 여성직원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인 것인가를 먼저 알아봐야 하는 것이다. 먼저 가장 큰 요인은, 여성 직원보다 남성 직원을 뽑는 것이 회사의 경제적 측면에서 이익을 가져다 준 다는 것이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 남자 검사는 일이 급한 상황에 치달으면 집안일을 포기하고 일에 매달리지만, 여성 검사는 일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자식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더 중요시 여겨 집안일부터 처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 전반에 대한 사회의 역할 부여에 기인한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들에게 집안일에 대한 책임을 많이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맞벌이를 해서 집안일을 나눠 하는 젊은 부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맞벌이를 통해 돈을 같이 벌기 때문에, 집안일 또한 남녀가 나눠서 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은 집안일을 맡아서 하고 있고, 육아에 있어서는 그 비중이 더욱더 커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사회에서 이미 인지를 하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여성직원들에게 여러 가지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그 예로는 출산휴가, 생리휴가 등이 있고, 직장에서도 힘든 일을 잘 맡기지 않는 성향이 드러난다. 그러나 문제의 심화는 여기서 발생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여러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불평등의 피해자가 아닌 여성들이 악용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즉, 이러한 정책들로 인한 역차별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역차별로 인해서, 남성들의 여성직원에 대한 반감은 더욱더 커져가고, 이로 인해서 여성 전반이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이다. 또, 여성 전반에 걸쳐서 불평등이 커지게 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을 새로 내놓고, 이를 악용하고, 이 때문에 다시 여성 전반에 걸쳐서 피해가 커지게 되게 된다. 현재의 대책에 의하면 끝없이 악순환이 계속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 것일까?
직업사회에서의 성별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필요한 변화는 간단하게 말하면, 남녀 모두가 자기에게 유리하던 것을 내려놓게 되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그 생물학적인 특성과, 오랫동안 형성된 문화로 인해서 각자에게 유리한 부분과 불리한 부분을 각자 가지고 있다. 먼저, 남성의 경우 가사와 육아에 대한 책임이 적은 것, 출산으로 인해서 생기는 불이익이 없다는 것, 취업과 승진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가정 내에서 권위가 가장 높다는 것, 그리고 음주나 흡연에 있어 사회적 인식이 비교적 관대하다는 것 등이 유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결혼 등의 여러 가지에 있어서 경제적인 면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남성보다 적다는 것,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들의 배려와 보호를 받게 된다는 것, 그리고 레이디퍼스트 문화 등이 사회적으로 매너의 요건이 된다는 것 등이 유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남성과 여성 각자의 이점은 더 이상 100% 유지될 수는 없다. 사회가 변화했고, 남녀 관계가 더 이상 예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에, 이는 당연하게도 변화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남녀모두 자기 성별로 인해서 대접받고 이득을 볼 수 있었던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고, 불리했던 부분은 다른 성별과 함께 나누고 싶어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성과 남성들이 동등하게 사회 진출하고 일을 하지만, 여성은 여전히 남자의 경제력에 의존할 것을 기대하고, 남성은 여성이 집안 살림을 맡기를 원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즉, 오랜 세월 동안 구축된 남성이 여성을 책임지고, 여성이 남성을 희생하는 구조의 영향으로 인해, 변화한 사회 속에서, 남성은 책임을 회피하면서, 여성의 희생을 바라고, 여성은 희생을 회피하며 남성의 책임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실질적인 양성 평등은 대부분의 남녀 모두가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서로가 각자에게 유리하던 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시 과거의 사회로 돌아가서 남자는 남자일, 여자는 여자일 만 하고 살며 서로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않는 방법밖에는 해결방안이 없다. 때문에, 이 성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가 그 동안 자기에게 유리하던 것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남성과 여성이 서로가 그 동안 유리하던 것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노동 조직에서부터 변화가 있어야 한다. 먼저, 가사와 육아에 대한 책임을 남녀가 같이 져야 한다. 이에 더해서 출산으로 인해서 여성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에 관련된 정책은 해외의 사례, 특히 북유럽의 사례가 매우 적합하다. 북유럽에서는 가족의 누군가가 출산을 하게 되면, 가족 전체에게 일정 기간 동안 휴가를 쓸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데 그 중 일정 부분은 남성만이 쓸 수 있도록 되어있다. 또한, 남성에게 할당된 부분은 여성에게 양도할 수 없고,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린다. 즉, 남성에게 출산 및 육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도록 다듬은 후 도입하면 어느 정도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승진이나 봉급에 있어서 수행한 일의 결과와 난이도에 비례해서 보상을 해주는 성과급제의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우, 승진이나 봉급이 수행한 일의 결과, 즉 능력에 의해서 결정된다기 보다는 햇수를 채워서 호봉이 높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성과급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승진이나 봉급 면에서 철저하게 능력에 준해서 평가하게 된다면,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보다 유리했던 점들이 지금보다 크게 사라질 것이고, 마찬가지로 여성들도 승진하고 더 높은 봉급을 받기 위해서는 남성 직원들의 보호 아래 편한 일만 하면서 안이하게 일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성과급 제도로 인해 직원들의 모티브를 강화하게 되면 앞서의 출산, 육아 휴가의 확대로 인한 기업의 피해 역시 어느 정도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성별 차이로 인한 직업 사회에서의 불평등 현상에 대해서 그 실체와 문제가 생기게 된 원인, 그리고 그 해결 방안에 대해서 알아 보았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가 빠른 변화로 인해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과거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되어 왔던 인습들과 충돌하게 되어서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파해 쳐야 한다. 과거의 인습으로 인해서 생긴 고정관념이 지금 현대 사회에 적합하지 않아서 충돌하게 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남성과 여성이 각각 다른 성별에 비해서 유리한 점을 가지게 되었고, 그 유리한 점에 기대며 살아오다 보니 그 이점들을 두 성별 모두 버리기가 힘들게 되어서 생기는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이 이점을 강제적으로라도 버리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 조직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위에서 제시한 두 가지 방법 외에도 여러 가지 방안을 동원하여 사람들의 가치관 그 기저에서부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필요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남녀평등’을 듣고 자랐다. 구시대적인 어른들의 세상은 남녀가 유별했을지 모르나, 우리가 열 새 시대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굳게 믿었다. 취업을 준비하며 면접을 다니는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여자인데 일 잘 할 수 있겠어요?’. 두 번째로 많이 듣는 질문은 ‘결혼하고 아이가 생겨도 일 잘 할 수 있겠어요?’. 내가 ‘아, 그건 좀 어려울 텐데요’라고 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아실 텐데, ‘저는 일과 결혼했으니 평생 이 회사를 위해 일하겠습니다’라는 허무맹랑한 대답을 원한 것도 아니었을 텐데. 매서운 면접관들의 여러 질문에 선방을 하고서도, 이런 질문에는 맥이 탁 풀려서 주저리 주저리 답변을 하고 터덜터덜 면접장을 나온다. 아, 누가 ‘여자라고 행복해요’라고 말했던가.
노동과 가사의 균형을 위한 노동 조직 개편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그 동안 제창해왔던 남녀평등 실현 방법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되짚고자 한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아직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오르지 못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스스로 불편하다고 여긴다. 유별난 ‘여자’로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다. 남녀 평등을 실현하는 표면적인 제도들은 개선이 되었을지 모르나 이런 정책을 시행하고 준수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같은 속도로 발전되지 못하고 있다.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일을 남성이 여성에게 무언가를 ‘양보’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주신 쿠키야, 자 이건 네 몫이래’하고 내 쿠키가 놓인 접시를 친구가 알려주는 것과 ‘이건 내 쿠키인데 같이 나눠 먹자’며 친구의 쿠키를 함께 나눠 먹는 것은 차이가 있다. 양보하는 행위에는 선의가 전제되며 선의를 베푸는 행동에는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 하나, 친구가 건넨 쿠키는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으나 그의 양보 덕분에 나눠 갖게 되었으니 그가 얼마를 건네주든 그 이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남녀평등의 가치가 왜 남성의 권력 양보 개념으로 실현이 된 것일까. 그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 권력을 많이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의무 역시 과중하게 부담하였기 때문은 아닐까. EBS ‘지식채널e’의 2007년 5월 14일 방송분에서는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초라한 성적표를 공개한 적이 있다. 아버지의 생활비 부담률은 95.6%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1주일에 휴일을 제외하고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2시간 미만이라도 답한 비율은 30%였으며 그 주된 이유는 일주일에 60시간이 넘는 노동 시간 때문이었다. 결정적으로 전국 7개 도시의 가장 400명을 대상으로 아버지와 자녀와의 관계지수를 조사한 결과 56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음으로써 아버지는 가정에서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고 말았음을 보여주었다.[1]
아버지의 생활비 부담률이 95.6%인 상황에서 남녀가 직장에서 그리고 동시에 가정에서 균형적으로 일과 가사를 병행하기에는 당연히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런 상황은 낙관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10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30∼50대 근로 소득세 연말정산자 989만1860명 중 69.8%인 690만2311명이 배우자 공제를 받지 않았다. 배우자 공제는 근로자의 배우자가 연간소득금액이 없거나 100만원 이하인 경우 공제를 받는 항목이다. 이를 공제받지 않았다는 것은 배우자가 없거나 배우자가 연 100만원이 넘는 소득금액이 있다는 뜻으로, 국세청은 주로 맞벌이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2] 이야기인즉슨 30~50대 가정의 70%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정 내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경제력을 갖게 된 여성이 왜 여전히 사회에서는 주류 노동 계급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왜 여전히 가정에서는 가사일을 오롯이 떠맡아야 하는 것일까. 힌트는 다음 통계 자료에서 얻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10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정규직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성들은 남성보다 임금을 38% 정도 덜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회원국 가운데 가장 임금격차가 심한데다, 회원국 평균 격차인 17.6%의 갑절을 훌쩍 넘긴다. 이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남녀 임금 불평등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저임금을 받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여성들은 빈곤에 처할 가능성도 남성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3]
여성의 사회 진출이 급증하고 아무리 경제 활동 비중이 높아졌더라도 여전히 노동 시장에서 여성은 비주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적한 대로 남성과 여성이 드나드는 노동 시장의 출입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지표를 살펴보자.
2007년 기준으로 남성 임금근로자는 모두 921만4000명으로 이 중 임시근로자는 223만2000명, 일용근로자는 117만8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2%와 12.8%였다. 반면 여성 임금근로자(675만6000명) 중 임시직(294만명)과 일용직(100만명)의 비중은 각각 43.5%와 14.8%로 남성에 비해 높았다.[4] 이처럼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격차가 OECD 주요국 중에서 가장 크게 벌어지는 이유는 임시·임용직 비중이 남성보다 여성이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여성이 직업 활동을 통해 경제력을 갖는다 치더라도 그것은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안정성이나 임금수준이 떨어지는 고용직이며 이것은 사회 내부에서 여성의 권리 신장에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 가정 내에서도 여성의 수입은 남성의 그것처럼 주요 수입원이라기 보다는 부수입원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며 이것은 가정 내 여성 권력에 제한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깟 돈 몇 푼’ 번다고 유세를 부려서도 안되고 가사에 소홀해서도 안된다. 여성이 남성의 가정 경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적은 돈을 보태는 것처럼 남성도 여성의 가사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움을 주면 된다. 이 상황에서는 일과 가사일은 여전히 서로의 전담 영역으로, 선의를 갖고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 최선이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일단 정규직 비율을 높이고 부당한 처우를 제제할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통계청의 2009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취업자는 10만3000여명 감소했다. 이 가운데 직장을 잃은 남성은 1만9000여명인 반면 여성은 8만4000여명에 이른다. 남녀 격차가 4배 이상이다. 임시·일용직뿐 아니라 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지위 역시 불안정해졌다. 노동부의 2008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남성은 임시·일용직 중심으로 감소한 반면 여성은 상용직 위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성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는 ‘여성 차별적 해고’가 만연한 현실을 반영한다. 여성노동자회가 접수한 성차별 상담사례 통계에 따르면 ‘임신·출산 해고’ 상담이 2007년 34.8%에서 2008년 55.7%로 증가했다.[5] 이처럼 기업의 부당한 처우에 고스란히 피해만 입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엄격하게 관련 법규를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1] <56점짜리 인생> EBS 지식채널e (http://www.youtube.com/watch?v=GHWVUSM9Ilk)
[2] <30∼50대 근로자 10명중 7명 ‘맞벌이’> 세계일보 2010년 12월 21일자 기사, 김청중 기자
[3] <한국여성 임금, 남성보다 38% 적다> 한겨레신문 2010년 4월 2일자 기사, 황보연 기자
[4] <여성임금, 남성의 61%> 파이낸셜신문 2008년 6월 3일자 기사, 김용민 기자
[5] < “임신·출산은 곧 퇴출” 여성 차별 해고 심각 >경향신문 2009년 3월 10일자 기사, 이로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