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구는 헌법과 국제법은 물론 전자서명법, 전자거래 기본법, 정보화촉진 기본법,
공정거래법 등 여러 개별 법률에 명문의 근거가 있는 요구입니다.
우리 요구가 국가 경제에 손해를 가져오는 것도 아닙니다. 윈도 OS를 사용하는 댓가로
우리 국민이 지불하는 연간 1조3천억원에 달하는 국부(國富) 유출을 줄일 수 있고, 국
내 자생적 소프트웨어 산업이 활성화 됨은 물론, 고용 창출 그리고 인도나 남미 수준
의 소프트웨어 기술력 발전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우리 요구가 개별 업체에게 손해가 가는 것도 아닙니다. 통신, 방송 융합을 앞두고 MS
전용화된 "무서운 한국 인터넷"과의 만남 때문에 생존이 위협받았던 공개 소프트웨어
기반의 여러 회사들에게는 그야말로 반갑고 필요한 요구입니다.
우리 요구가 일반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도 아닙니다. MS윈도에서 IE브라우저
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의 웹표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 변화가
있었는지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한편, 파이어폭스, 오페라, 사파리 웹브라우저를 이용
하던 리눅스, 매킨토시, 윈도 이용자들은 지금까지 못보던 동영상, 못듣던 음악, 접하
지 못했던 정보를 보고, 듣고, 알 수 있는 환희를 맛보게 되는, 조금 과장하자면, 축
복과 광명의 "기쁜 소식"입니다.
우리 요구가 전자정부 사업이나, 공인인증서 제도에 장애를 가져오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나은 수준의 보안, 더욱 보편적이고 편리하고 공평한 인터넷 환경
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제시한 인증제도 개선 방안들 중 일부는 공인인증
제도나 전자정부 서비스의 중단이 없이도 개편이 완료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이용자의 열렬한 환영과 공개적 지지, 동참 움직임과는 달리, 기업(그것
도 큰 사업규모의 기업)들은 우리 일에 대하여 "전전 긍긍"에 가까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듯 하였습니다. 그것이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자기 회사의 정당한
사업이익에 도움이 되므로 지지하고는 싶으나, 공개적인 지지의사 표명은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정통부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웹표준화와 운영체제 다양화는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나, 윤리적으로나 그 정당성에 의문이 있을 수 없으나, 그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 "
정통부로부터 보복을 당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MS윈도에 종속된 전산환경을 집요하게 추구하며, 그에 저항하는 자에
게 보복과 협박을 가하는 숨은 주체가 바로 "정통부"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을 피할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통부가 진정으로 웹표준화, 운영체제 다양화를 원하였
다면, 아예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지도 않았겠지만, 적어도 표준화를 주장하는데 정통
부 눈치를 봐야한다는 기업들의 인식이 자리할 이유는 없었을 것입니다.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았던 이러한 반응은, 우리 일의 초점이 공인인증서 소관부
서인 "정보윤리팀"으로 서서히 집중되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정보윤리팀이 전자서명법 규정을 몰랐던 것이 아닙니다. 공인인증서의 MS 전용화에 대
한 불평과 항의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운영체제나 브라우저에 상관없이 인증서를
처리하는데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는 점은 컴퓨터 보안 기술인력에게는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간의 축적된 자료를 기반으로 정리한 문서를 보시기 바랍니다.
http://korea.gnu.org/openweb/1/jshin.html 정보윤리팀은 이러한 솔루션들을 "외면해
왔을 뿐" 입니다.
한편, 우리 요구와 민원이 구체화하자, 정보윤리팀은 함구로 일관할 뿐 아니라, 공개
를 청구하지도 않은 서류의 "사본 출력물"을 "직접방문"하여 찾아가라는 납득하기 어
려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류가 되었건 무엇이 되었건 "직접방문"하여 주고받는
데 익숙한 나머지 이런 요구를 하셨는지는 모르나, 온라인으로 민원신청을 한 당사자
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입니다.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은 민원인(서
울대 자연과학 대학 정두수 교수님)에게까지 이런식으로 관련법 규정을 무시한 채 "보
복성" 불편과 불이익을 가하려 하는 것을 보면, 정보통신 관련 사업을 하려는 회사가
혹시라도 그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과연 어떠한 댓가를 치루어야 할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당하고 적법한 요구에 대하여, 위법하거나 법에 근거가 없는 불이익을 가하거나, 그
럴 능력과 의사가 있다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그 요구를 잠재우는 행태는 거의 동네 깡
패의 "행패" 수준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행정 업무의 준법성이 확보된다면, 정당한 요구를 제기하는 기업이 "관료의 눈치"를
봐야할 이유가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법을 무시한 채 적나라한 힘을 과시하는 관료
가 남아있다면, 기업의 창의성 발휘, 공평한 경쟁은 불가능 할 것입니다. 이것은 국가
경쟁력의 문제 입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정부의 행정 서비스에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거
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모든 부서에서 계속되었고, 실제로 엄청
난 개선과 진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소적인 일부에 잔존하는 "오점" 때문에 국민
일반이 우리 정부 전체에 대하여 가지는 인상과 평가가 형편없이 깍이게 되는 상황은
누가 보아도 안타까울 것입니다. 공무원 조직 전반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는 이러한 부분적 "오점"을 신속히 제거하는 것은 공익적 차원에
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UI가 영업 비밀"이라서 공개할 수 없다는 컴퓨터 역사상 전무 후무한 주장을 내세우
며 정보공개를 거부한 정보윤리팀이 앞으로 어떤 경이로운 주장을 또다시 내세울 것인
지 우리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