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명작으로 알려져 있는 ‘풀’이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을 의미한다는 것도 허구라고 주장했다.
“왜 풀이 바람보다 빨리 일어나요? 이게 무슨 말인지 해명이 안 됩니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라는 대목이 있는데, 동풍은 춘풍인데 독재를 상징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북풍이라면 몰라도.”
또 시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문단과 저널리즘의 평가 등 시류에 지나치게 편승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오교수는 현대시사에서 서정주나 박목월보다 훨씬 높게 평가돼온 김수영의 ‘풀’에 대해 저급한 알레고리, 막연하고 불분명한 내적 감정, 비논리, 옹색한 상상력, 무감동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오교수는 “기회주의로 해석될 여지마저 있는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을 독재권력에
항거하는 민중의식의 상징으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절망에 이른 존재가 사랑의 단비를 통해 소생하는 인생론적 시로 봐야 한다”고 밝혀 기존의
관습적 평가를 뒤집었다. [오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