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사람 낮은 사람'(동아시아 펴냄)이 "한국 사회는 얼마나 불평등한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
게 설명하는 종합 보고서에 가깝다면, '야만적 불평등'(문예출판사)은 "미국 공교육은 얼마나 불평등한가?'에 뼈 아픈 실제 사례
들로 답하는 심층 보고서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높은 사람 낮은 사람'에서 풍부한 통계 자료를 활용해 일용직 노동자부터 고위 관료까지, 재
개발에 놓인 달동네에서 강남 한복판의 초고층 아파트까지 사회 불평등과 계층 문제를 두루 짚어본다.
결론적으로 볼 때, 우리 사회에는 불평등이 존재하며 그 정도도 꽤 심하다. 강남은 우리 사회의 중심이자 선망이 대상이 됐
고, 근로빈곤층과 외국인 거주자라는 신빈곤층이 등장했다. 개천에서 용 나기는 더욱 어려워졌으며 동네 상인들은 기업형 슈퍼마켓
(SSM)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다만,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불평등이라는 현상 자체보다는 '사회 계층과 불평등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다.
저자는 '사회 계층의 양극화'를 '소득 양극화'로 단순화하는 오류를 경계한다. 계층 문제에 '상대적 잣대'를 들이대 하위
계층을 상위 계층과의 상대적 비교로 설명해서는 안 되며, 직업과 교육 수준, 귀속의식까지 넓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남들보다 잘사는가, 못사는가"의 문제로 논의를 끌고 가기보다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얼마나 높여야 하는가", "빈곤
을 어떻게 퇴치해야 하는가"라는 절대적 기준으로 접근해야 사회적, 이념적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 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
다.
저자는 양극화 문제는 사회의 '편 가르기'를 지우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소수자, 취약계층에 좀 더 많은 관심
을 기울이고 모든 계층이 공존하는 터전을 넓혀가는 것이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라고 말한다.
'야만적 불평등'을 쓴 조너선 코졸은 40여 년간 미국 도심 빈민 거주지에서 교사 또는 연구자로 지내면서 아이들에게 골고루 기회
를 주지 못하는 미국 공교육 문제를 고민해 왔다.
이 책은 미국에서 1991년 출간됐으나 미 정부가 여전히 공교육 개혁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공교육 문제에 대
한 고민이 많다는 점에서 시의성이 있다.
1988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 도심 빈민가 30여 곳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저자는 교육 불평등 뒤에 숨은 빈부 양극화와
인종 갈등 문제를 건드리며 중산층 아이들보다 한참 뒤떨어진 출발선에 선 빈민가 학생들의 실상을 보여준다.
저자는 공립학교가 지역 재산세에 의존함으로써 지역마다 교육환경이 천차만별이며, 다양한 계층이 섞이지 못해 도심의 열악한 공
립학교에는 유색인종만 몰려 있고, 환경이 좋은 선발제 학교에는 현실적으로 돈 많은 가정의 아이들이 들어가기가 쉽다는 점을 실제
사례들로 소개한다.
책에 실린 빈민 지역 공립학교들의 모습은 단순히 교사들의 실력과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지붕에서 비
가 새고 하수구에서 오수가 역류하며 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야만적' 환경에다 학생들이 쉽게 마약과 폭력에 노출되고 10대 여학생
의 3분의 1이 임신을 하게 되는 등 희망없는 모습이다.
저자는 "부유한 텍사스 거주지에서 태어났든 브롱크스의 가난한 흑인 아이로 태어났든 아이들은 모두 아주 경이롭고 순수하
다"며 "우리가 그들을 불필요하게 망치고 있다"고 말한다.
Source: 연합뉴스/김지연 기자 che...@yna.co.kr/201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