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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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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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1, 2013, 10:37:11 PM3/21/13
to game_go...@googlegroups.com
감기로 인하여 띵~한 한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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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의 도약

 

며칠 전 밥을 먹는데, 어쩌다 돼지고기 한 점이 입안에 들어갔다. 엄청 맛있었다~ 전혀 낮설 지 않았다. 나는 3년째 채식을 하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마치 어제까지도 고기를 먹고 있었던 양 생생한 맛이었다. 이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는 사실은 내 몸과 고기가 맺고 있는 관계설정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이다. 그 강력함의 정도는 3년이라는 시계시간을 단번에 허구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만큼이나 강했다.

 

어제 만난 사람의 얼굴을 잊어버리는 것과 비교한다면 대단한 것이다. 사실 어제 만났지만 먼 과거처럼 잊혀져 버리는 것이 많다. 특정한 어떤 것은 먼 과거를 현재 가까이로 생생하게 당겨오는 반면에, 다른 어떤 것은 가까운 과거였음에도 불구하고 먼 과거인양 느슨하게 풀어 놓아버린다.  이런 것을 가리켜 몸이 시계시간과 다른 독자적인 시간성(temporality)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몸들로 인해 시간은 변형되며, 몸들로 인해 시간은 균질하지 않게 된다.

 

 

  [참고, http://www.youtube.com/watch?v=wwIoFXo4664 ]

 

  기계도 마찬가지로 몸의 일종인데, 카메라 장치는 대표적으로 그런 사례를 잘 보여준다. 영화 메트릭스에서, 트리니티가 경찰에 의해 체포될 위기의 순간 도약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당시 충격적이었으며 지금 다시 보더라도 기이하다. 그 장면이 기이한 이유는 현실에서는 그런 식의 시-공간 경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플로우 모션(flow motion) 이라는 영화기법으로 촬영·편집된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서로 다른 위치에서 찍은 장면을 연결하여 흐르듯이 보여주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런 식으로 '동시에' 다른 위치에서 서서 볼 수 없다. 카메라를 동원하여 각각 동시에 관찰된 장면을 마치 순차적으로 보는 것처럼 이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여러 카메라에 의해 개별적으로 추출된 장면들에 대해서, 기존의 시-공간 상의 관계 양식과는 다른 관계 양식을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 시공간은 변형되어 기이하게 느껴진다.

 

우리 일상에서 이런 종류의 시공간 변형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우리 몸에 의해서 그리고 무수한 기계들에 의해서……..너무 일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기계들에 의해 발생하는 시공간변형은 대체로는 감지되지 못한 채 어느 새 우리에게 스며들어서 익숙해져 버리곤 한다트리니티의 도약장면은 그런 시공간 변형이 사실은 기이한 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돼지고기 맛이 여전히 생생한 것처럼...........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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