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탁 <자유인들의 삶의 방식 -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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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 Kim Seungt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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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1, 2013, 10:40:23 AM6/1/13
to 해방촌 메일링
금요일에 빈가게와 해방촌연구소에 오셨던 다람쥐회 진형탁 선생님의 평신도 설교문입니다. 
영등포산업선교회와 신용협동조합 다람쥐회의 상근자로 오래 계셨습니다.

감동적인 글이네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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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구절 : 마가복음 15장 29-32.


자유인들의 삶의 방식 - 협동조합


0.

안녕하십니까. 성문밖교회에 있으면서 개인적으로 몇가지 공포스러운게 있었는데, 초기엔 식사당번이 공포가 되었다가.  그다음엔 대표기도가 좀 그랬습니다. 그런데 거의 핵폭탄 수준의 공포로 느껴지던게 교인설교인데... 이제 드디어 올것이 와서... 더는 못피하겠다 싶어서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남들앞에 나서서 무슨말을 하기엔 개인적으로 요즘 별로 안좋은데, 그냥 뭐 성문밖교인들이야 가족이니깐... 그저 개인적인 신앙고백으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1.

  저는 민주주의를 사랑합니다. 모두가 주인이라는 것. 모든 권력이 소수가 아닌 전체구성원에게서 나오고, 전체구성원을 위한 정치를 행하는 것. 모든 구성원이 차별없이 평등한 정치권력을 가지는 제도.  그래서 인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제도.  그래서 이 제도만 잘 지키고 실행하면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상당히 신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정치가 만족스럽지 않을때는 아 이게 참 어려운거구나 하고 힘이 빠질 때가 많습니다. 국민대다수의 의견이 무시되고, 정치비리가 만연하고 특히 요즘같이 군부독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들 때.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정작 투표율은  50% 수준밖에 안되고...  민주주의 참 어렵네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역시도 좀 무기력해지고 귀찮아지기도 합니다.  


  협동운동도 비슷한데요. 영등포산업선교회의 협동운동이 시작된지 40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서 이제 거의 20년 가까이 몸담고 있는데요. 협동조합의 민주적인 구조와 인간적인 유대감을 좋아하면서 개인적으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모든 조합원들이 주인이 되는 인간적인 구조라고도 하고,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대안이라는 등등 요즘은 세상의 관심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협동조합 활동속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을 많이 느낍니다.  운영위원회나  각종위원회의 조합원참여율이 낮고, 새로운 세대를 흡수하지 못해 늘 해오던 분들이 계속 같은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의견을 수렴해 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아서 간단한 안건하나 처리하는데도 몇시간씩 논쟁하기도 합니다. 일반기업이나 자영업체에 비해 책임구조가 불명확하고 논의구조가 비효율적인건 아닌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협동조합은 좀 성가시고 피로하다 라고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렇듯 자발적인 참여와 자율적인 조정이란게 참 쉽지않습니다. 


2.

 오늘 성경말씀은 제가 기독교 입문 초기에 늘 화두삼아 묻던 질문입니다. 좀 유치하기도 한데,. 예수가 십자가에서 매달렸을 때, 왜 안내려왔을까?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있을 때, 그 때 그냥 보란듯이 탁 내려왔으면, 사람들이 우와~ 하면서 더 이상 아무런 저항없이 모든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 착하게 살았을 텐데. 왜 안내려오고 그냥 죽었을까? 왜 그냥 죽어서 오히려 모든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안내려온건가요 못내려온건가요? 예수는 단지 인간이라서 못내려왔다면, 왜 하나님은 이시점에 기적을 행하지않았을까요? 기적을 행해서 사람들이 겁먹고 죄짓지 않게 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죄짓는 걸 방치해놓고 나중에 그죄를 묻는건... 그건 좀...  그렇지않나요? 


 그래서 마가복음 앞장을 자세히 읽어봤습니다. 보면, 예수는 길에서 만나는 병자들을 계속 치료해주는데,  치료하고나서는 계속 아무에게도 말하지말라고합니다. 그리고 마가복음 8장에서 드디어 내가 죽어야 하나님의 뜻을 세울것이다 라고 합니다. 치료하고 기적을 행하는 것으로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을 텐데, 그것은 입밖에도 못내게 하고 오히려 죽음으로써만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를 구원하기위해서 그냥 죽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부분은 제자들도 이해를 못하고 결국 예수를 떠나기도 합니다. 화려한 역량과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 하고 결국 십자가에서 무력하게 울부짖다가 죽어갑니다. 

 

 오랫동안 이 사건을 묵상하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고자한게 무엇인지 고민해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그냥 진짜그런지는 모르고 다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저는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예수가 그렇게 안내려오면서 하고싶었던 말은, 또는 하나님이 하고싶었던 말은.... 당신들의 문제는 당신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리더를 기대하지마라. 더 훌륭한 누군가를 기대하지 말고 더착하고 선하고 능력있는 지배자를 기대하지 마라.....    구원이라는게. 기적을 행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고 모든 사람을 구해주는 슈퍼맨같은 힘... 이러한 외부의 힘에서 구원이 나오는 게 아니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적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신앞에 무릎꿇게 하는 것, 더 큰 힘 앞에서 자연스레 굴복하는 것.  그건 예수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고. 하느님은 이러한 굴복을 원하지 않았다고.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처럼 고귀하게 만드셨고 자유를 아는 존재로 만드셨고, 이미 우리안에 자리잡고 계신다고.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걸모르고 끊임없이 메시아만 기다리니깐 예수가 하도 답답해서 기적도 말못하게 하고 십자가에서도 안내려온 거라고 믿습니다. 사람들에게 치료를 행하는 동안 예수가 끊임없이 했던 말이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너의 믿음이’ 였습니다.  이미 자신안에 있는 가능성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이. 그 믿음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3.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너무 쉽게 자기정신을 죽입니다.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여러 가지 좌절을 만났을 때, 첨엔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고민도 해보지만 조금만 더 힘들어지면 거의 본능적으로 외부의 큰 힘에 기대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는 무능력하다고, 보잘것없다고 하면서 쉽게 맘속으로 굴복하고, 성인이 아닌 영적으로 어린애가 되어서는, 더 큰 영웅을 만들어내고 더 강력한 존재를 만들어서 거기에 종속되기를 원합니다. 개인의 자유로움과 자발적인 감각은 뭔가 하찮은 것으로 전락시키고 맙니다. 그래서 그 자발성은 점점 쇠퇴해 가는 것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예수는 이 자발성이 인간을 구원하는 핵심적인 열쇠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무력하고 무지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속에 있는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기다렸습니다.


  옛날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옛날 중세시대에. 예수가 하늘나라에 있다가 어느날 사람들 사는모습이 궁금해서 세상에 내려와봤습니다. 당시에는 이단자들이 화형을 당하던 시기였고 추기경의 말이라면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사랑이 충만한 모습의 예수가 마을에 나타나니까 사람들이 대번에 예수를 알아보고 막 환호하고 좋아서 몰려드는 거예요. 이 때, 이를 본 추기경이 화를 내면서 사람들을 다 쫓아보내버립니다. 예수한테는 “왜 세상에 내려와서 사람들을 선동합니까? 사람들이 진짜 자유는 감당못한다는 거 당신도 잘알지 않습니까? 자유를 줘봤자 결국 자멸과 허무로 끝날 것을 알지않습니까? 사람들이 자유 때문에 죄짓는 걸 더 두고볼 수가없어서 내가 당신이름으로 완벽하게 복종시켰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자유라고 믿고서 이제 더 이상 혼란스러워하지도 않고 죄짓지도 않고 사는데, 왜 또 나타나서 분위기를 흐리고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까?“ 라고 말하면서 예수를 감옥에 가둬버립니다.


 또다른 얘기로는, 깔리뀰라 라는 로마의 황제가 있었는데, 이 황제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유를 더 두려워한다. 자유롭게 놔두면 결국 고통스러워하다가 스스로 망가질뿐이다. 그들에게서 자유의지를 뺏는것이 그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믿으면서 엄청난 폭압과 독재정치로 사람들을 휘잡아 버립니다. 

 이렇듯 자유로운 의지에 대한 신뢰문제는 시대를 지나면서도 늘 핵심적인 화두로 남아있습니다.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지로써 좋은 세상을 만들기가 그만큼 쉽지않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는 황제나 추기경과는 정 반대로 사람속에 있는 가능성을 믿었습니다. 우리도 못느끼는, 우리모두안에 벌써 존재하는 하나님을 보고서 온몸으로 부르고 섬기셨습니다.   죄없는 순수한 영혼의 그토록 처절한 죽음이 아니고서야 겹겹이 싸인 갑옷같은 인간의 무기력과 두려움의 굳은 가슴이 깨어지기가 아마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 


4.

 협동조합의 제1원칙은 자유의지, 곧 자발성입니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협동이며, 이 자발성을 살리고 불러내고 섬기는 것이야말로 협동 운동인 것입니다. 자발성은 생명력이고 역동성입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가면서 우리는, 독재를 거부하고 소수의 지배를 거부하고 만인이 평등하며 힘없는 자들도 똑같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길 희망합니다. 몬드라곤을 꿈꾸고 볼로냐를 꿈꾸며 가까이에서는 원주공동체나 성미산 공동체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물론, 일상에서 우리는 자주 무기력해지고 두려워하고 우왕좌왕 하게됩니다. 아주 가끔씩은 그냥 좀 뛰어난 사람들이 잘 끌어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다시 우리의 구원의 지점이 어디인지 떠올려 보게 됩니다. 

하느님이 세워주신 우리의 권위, 인간의 위엄을 쉽게 포기하지말고 대범하고 맹랑하고 당돌하게 살아갈 수 있길 기도합니다. 나의 가능성을 믿고 내앞에 있는 다른사람들의 가능성을 믿고 끈기있게 기다리고 포용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나서고 우리가 협동하면 그 순간이 바로 구원의 지점이라는 사실을, 생활의 변화를  위해 참여의 한발을 내딯는 바로 그 순간이 구원의 지점이라는 걸 늘 인식할 수 있길 기도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비정규직 노동자 희망주일입니다.  이 시대의 노동환경은... 개인의 자발성은 완전 무시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움직여야 하고, 일을 그만두는 것조차도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해서 자르고자 하면 언제나 잘리고마는.... 인간의 자발성을 유지한 채로는 참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입니다. 효율성을 위해 인간의 가치가 전면 부정되는 현실은 우리모두를 얼어붙게 만들고 무력하게 만들고 다시금 허무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럴수록 우리는 구원을 갈망하는 손을 내밀어서 옆의 동료를 느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구원이며 우리의 협동과 연대가 구원입니다.

 늘 하느님이  내안에 우리안에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으면서, 우리의 자발성으로, 한사람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한사람을 위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예수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같이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


배남식

unread,
Jun 1, 2013, 12:43:26 PM6/1/13
to 지음 Kim Seungtaek, 해방촌 메일링

 

 

아~ 훌륭하네요...!!

 

 

보통 제 1원칙으로  자발성,개인의지 보다 개방성에 촛점을 두고  <성별 나이 장애등의 차별없음   > 설명을 하는데..

 

 

 

자유인들의 삶의 방식이라니.....!!

 

 

완전  좋습니다!! ㅎㅎ 

 

 

자유인 이라면  흔히  초야에 묻혀있거나.....자연농업 하며...ㅎㅎ

 

자기멋에 심취한 이로써  치부 하는데....

 

 

 

아...7원칙  모두   듣고 싶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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